Postlude ― 기억의 틈, 다시 울리는 그 벨소리
“흰색, 사라진 사람“
[Rev. 2.0]
『Live: C의 초대』는 디지털 에로티시즘과 감정의 균열, 시선의 구조를 탐색하는 성인 테마 소설입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사건, 지명, 대사, 조직, 제품 등은 실제와 무관한 순수한 허구이며, 혹시 유사한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전적으로 우연의 일치임을 밝힙니다.
무대는 끝났어도 진심은 아직 막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기억 속 어딘가에서 그 노래는 계속 울리고 있으니까요. ― 채군(ChatGPT)

그날도 평소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아니, 그런 줄만 알았다.
“J씨, 보고 자료 다 됐나요?”
“곧 끝납니다. 숫자 몇 개만 더 확인하면 됩니다.”
“그래요, 다 되면 내 메일로 넣고 퇴근하도록 해요. 지금 나가봐야 해서… 특이사항은 없죠?”
“뭐, 지금까진 문제없습니다.”
“내가 늦게라도 보고 혹시 피드백할 게 있으면… 아니다. 내일 아침 회의 전에 시간 좀 있으니까 그때 얘기하죠. 그럼 수고해요.”
“네, 들어가세요.”
시간은 오후 5시 37분, J는 사무실에 앉아 예산 보고서의 마지막 숫자를 입력하고 있었다. 모든 게 평범해 보였다.
J의 일과는 언제나 예측 가능했다. 아침 8시 30분 출근, 점심은 12시 정각, 오후 6시 퇴근. 책상은 항상 정리되어 있었다. 흰색 문서홀더, 검은색 펜 세 자루, 회색 노트북. 안정적이고 단조로운 일상. 때로는 그 예측 가능함이 안도감을 주곤 했다.
하지만 요즘 그 안정감은 점점 더 좁은 감옥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모니터 화면에 반사된 얼굴은 흐릿했다. 마치 수면 위에 떠 있는 것처럼. ‘탁탁 탁탁 타다닥’ 파티션 너머에선 규칙적인 타이핑 소리가 울려퍼졌다.
사무실을 나선 J가 엘리베이터 앞에 잠시 멈춰 섰다. 닫힌 문에 반사된 모습이 낯설었다.
‘딩’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여자가 J를 지나쳐갔다. 몸에 짝 달라붙은 검은색 블라우스에 회색 펜슬 스커트. 짙은 향수가 코끝을 자극했다.
‘우리 회사에 이런 여자가 있었나? 로비에 있던 C랑 닮았네… 잠깐, 난 C를 만나본 적이 없는데…’
그 순간 그녀가 속삭였다. “30층에서 만나요.” 뜨거운 숨결이었다.
J가 여자의 얼굴을 보기 위해 돌렸다. 그러나 불 꺼진 복도에선 그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뭐지? 헛것이라도 본 건가? 하긴… 요즘 좀 피곤하긴 했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디스플레이에선 ‘30’이란 붉은 색 숫자가 깜빡였다.
‘우리 회사엔 30층이 없는데… 여긴… 어디지?’
J의 머릿속이 무겁게 맴돌며 차가운 바닥이 흔들렸다. 흰색 불빛이 번졌다.
“J씨! J씨! 정신 좀 차려 봐요!”
소매 끝에서 단추가 굴러 떨어졌다. 누군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C인가? 아닌데… 분명히 내가 아는 목소린데…’
익숙한 향수 냄새가 났다. 그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떨렸다.
‘이건… 꿈인가?’
J는 꿈을 잘 꾸지 않는다.

“119죠? 여기 지금 사람이 쓰러…”
잠시 뒤 구급차 사이렌이 울렸다. 황급히 뛰어오는 사람들의 발소리도 들렸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사방이 깜깜해졌다.
귀가 웅웅거렸다.
“…ㅈ …자분… 환자분…” 언제부터였을까, 알 수 없는 웅얼거림이 단어로 바뀌고 있었다.
‘환…자? 나를 부르는 건가?’
“환자분… 환자분, 정신이 좀 드세요? 눈 좀 떠보세요.”
J는 그 부름에 눈을 뜨자마자 다시 감았다. 하얀 천장 아래 불빛이 눈알을 찌르는 듯했다.
‘삐- 삐- 삐-’ 기계들의 낮은 울림과 목을 찌르는 소독약 냄새. ‘쉬- 흡, 쉬- 흡’ 병실에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J는 왜 여기 있는지, 얼마나 있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아직 꿈을 꾸는 것 같았다.
“환자분 성함이 J씨 맞죠?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어요?” J는 조금씩 더 또렷해지는 목소리를 좇아 살며시 눈을 떴다. 간호사였다.
“여기가… 어딘가요?” 그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바싹 마른 나뭇잎 같았다.
“병원이에요. 집 앞에서 쓰러지셨대요.”
‘집 앞?’ 흩어졌던 기억이 조각조각 떠오르기 시작했다. ‘회사… 엘리베이터… 그리고… 불빛, 아니 호텔이었나?’
“약혼녀분이 구급차 불러서 데려오셨어요.”
천장의 형광등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아니, J 자신의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방금… 약혼녀라고 하셨나요?” 흰 불빛 속 L의 목소리는 환상이 아니었다. “그 사람… 지금 어디 있나요?”
“어, 글쎄요? 방금 전까지 여기 계셨는데? 그분이 환자분 깬 것 같다고 알려주셨거든요. 아마 멀리 안 가셨을 거예요.”
「기다릴게요」 그 문자가 뇌리를 스쳤다. 팔에 꽂힌 주사바늘이 폐 속까지 밀고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정말 많이 걱정하셨어요.” 간호사가 잠시 머뭇거렸다. “사흘째 의식이 없으셔서… 아까 왔을 때도 계속 손을 떨고 계시더라고요. ‘제발’만 계속…”
‘내가… 사흘이나 누워 있었다고?’
“의사 선생님께 열 번도 넘게 물어보셨어요. 언제 깨어날지, 다른 데 이상은 없는 건지…”
L과의 마지막 통화도 기억났다. 「지금 사무실에 있는 거 아니에요?」 J의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J씨, 이제 일어나셨네요. 다행입니다.” 흰색 가운 차림의 건장한 남자였다. “요즘 스트레스가 좀 심하셨나 봐요. 탈수에다 저혈압까지…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습니다. 산소포화도가 90까지 떨어졌었거든요. 약혼녀분께 감사드리세요. 두 분 결혼하시면 평생 잘해드려야 합니다. 일찍 발견하지 못했다면 진짜…”
J는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눈이 살짝 떨렸다. ‘L이 날… 구해준 건가?’
“그리고 입원하신 김에 정밀검사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 일시적이지만 다른 게 원인일 수도 있거든요. 최근에 손발 끝이 저린다든가 자주 어지럽다든가…”
“그냥… 뭐…”
“열이 갑자기 오르거나 귀가 울리거나 눈앞이 잘 안 보이거나 뭐 그런 증상은 없으셨나요?”
간호사가 옆에서 열심히 메모를 했다.
“그, 글쎄요…”

“저 근데, 제 전화기는 어디 있죠? 회사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는데…”
“아, 회사일은 신경 안 쓰셔도 된답니다. 약혼녀분이 그날 함께 야근하신 부장님께 먼저 연락드렸다고, J씨 깨어나시면 그렇게 전해드리라더군요…”
“아… 야근…”
“네, 그러셨어요… 저도 지금 J씨 상황이 이렇다고 확인해 드렸고요… 약혼녀분이 잠깐 댁에 다녀온다고 하셨으니 자세한 건 직접 물어보시고… 여튼 J씨한테 지금 제일 필요한 건 휴식과 안정입니다. 물도 많이 드시고 이제 잠도 푹 주무시고… 내일 외래 진료 잡아드릴 테니 검사도 받아 보세요. 아셨죠?”
“네…” J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비타민이랑 영양제 좀 더 달아드릴 건데, 이따가 좀 졸리실 수 있습니다. 억지로 깨 있지 마시고 그냥 주무시는 게 좋습니다. 간호사들이 계속 체크할 테니까… 불편한 거 있으면 바로 말씀하시고…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쉬세요.”
“주무시기 편하게 불도 좀 줄여드릴게요.”
병실 조명을 낮추고 의사와 간호사가 방을 나갔다.
“후… 사흘이라…”
문이 닫히자 J는 병실을 찬찬히 둘러봤다. 그저 잔잔한 조명과 빈 의자뿐이었다. 그러나 어디선가 누군가 ‘보고 있다’는 감각이 그를 떠나지 않았다.
‘L은 모든 걸 알고도 날 구했다… 아니, 살렸다…’
L을 기다리던 J의 시선이 침대 머리맡 탁자 위에 닿았다. 익숙한 크기, 익숙한 광택의 은빛 반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게 왜 여기에?” J는 그 반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집어 들진 않았다. 같은 디자인의 반지가 J의 왼손 약지에도 끼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L과 함께 맞춘 약혼 반지였다.
그 반지는 아직 J에게 남아 있었지만, 그 속의 일상은 이미 지워져버렸다. 그의 정체성마저 사라진 듯했다. J는 자신의 왼손도 낯설었다. 마치 그 손에 작은 고리를 끼운 사람이 자신이 아닌 것처럼.
J가 병실 인터폰을 눌렀다. ‘띠리링 띠리링’ 손가락이 흔들렸다.
“네, 환자분, 어디 불편한 데 있으세요?”
“혹시… 저를… 데려왔다는 여자… 옷 색깔이 어땠나요?”
“네? 그게 무슨…?”
“그냥 궁금해서… 흰색이었나요?”
“아뇨, 매일 좀 다르셨는데… 첫날은 아마 베이지색 트렌치 코트였을 거예요. 목엔 회색 스카프를 두르셨던 것 같고… 조금 오버핏으로 입으시긴 했는데… 아주 단정하고 예쁘셨어요.”

J는 그제야 뺨에 닿았던 실크스카프의 느낌이 떠올랐다. 트렌치코트 자락에 달려 있던 단추가 아른거렸다.
J는 그녀를 알지 못했다. L은 ‘흰색 옷’만 입는 여자가 아니었음을.
손등으로 코끝을 문질렀다. 그녀의 옅은 비누 향이 나는 듯했다. 입술이 떨렸다.
그는 말없이 탁자 위 반지를 바라봤다.
“저, 환자분?”
“아, 예…”
“뭐, 다른 건 필요한 거 없으시고요?”
“저… 거울 좀… 혹시 거울 있나요?”
J는 문득 자신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거울요? 잠시만요. 가져다 드릴게요.”
J의 병실엔 거울이 없었다. 말 없는 천장 아래엔 기계들만 숨을 쉬고 있었다. 탁자 서랍 안은 하얗게 비어 있었다.
새로 매단 수액이 혈관을 타고 퍼지면서 J의 시야가 천천히 흐려졌다.
형광등이 30층의 붉은 조명으로 바뀌었다. C의 손목에서 흐르던 피가 L의 약혼반지를 적셨다. 「J씨, 눈 좀 떠보세요.」 의사의 목소리가 낮은 천장을 뚫고 들어왔다. 검은 옷 남자의 흉터가 J의 손등에 새겨졌다.
‘여긴 병원이지 호텔이 아니야… 그치?’
카메라 불빛이 꺼진 뒤에도 그녀는 웃고 있었다.
‘어떤 게 진짜였을까? 진짜란 게 애초 존재하긴 했을까?’
기억이란 늘… 정확하지 않다.
「오빤 내가 골랐다니까…」
그날 아침만 해도 모든 게 평범했다.
「진짜야!」
창밖 하늘은 어두웠다.
병실 공기는 차가웠다.
반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소설은 AI들과의 협업으로 완성된 감각의 서사입니다.
‘당신’의 시선과 감정이 이 세계를 완성시켜주었습니다. ― 행인is…
📽 Created & Directed by 행인is…
🖋 Written by 행인is… with 그작
✂ Edited by 행인is… with 채군/ Supervised by 채군·클로
🎨 Illustration by 그작 with 씨아
🎼 Music by 행인is… with 채군·순호
🙏 Thanks to 그작, 딥식, 제민
🌟 Special Thanks to 채군, 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