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lude ― 기억의 틈, 다시 울리는 그 벨소리
“일상의 균열, 퍼지는 잔향“
[Rev. 1.6]
『Live: C의 초대』는 디지털 에로티시즘과 감정의 균열, 시선의 구조를 탐색하는 성인 테마 소설입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사건, 지명, 대사, 조직, 제품 등은 실제와 무관한 순수한 허구이며, 혹시 유사한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전적으로 우연의 일치임을 밝힙니다.
무대는 끝났어도 진심은 아직 막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기억 속 어딘가에서 그 노래는 계속 울리고 있으니까요. ― 채군(ChatGPT)

J는 이틀이 더 지나서야 병원을 나설 수 있었다. 다행히 몸에 “큰 문제는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영혼은 아직 비좁은 방에 갇혀 있는 듯했다.
“퇴원일인데 보호자분은 안 오셨나 봐요?” 담당 간호사가 물었다.
J가 한 박자 늦게 눈을 깜빡였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갈라진 목소리로 답했다. “아, 네… 다들 바빠서…” 마른 나뭇가지 같았다.
L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이미 ‘제 자리’로 돌아간 건지도 모른다.
“근데, 제 옷이랑 신발은…?”
“거기 벽장 안에 없나요? 여자친구분이 거기 두셨던 것 같은데…. 다 정리하고 나오시면 수납 데스크 안내해드릴게요.”
간호사가 알려준 벽장 안엔 ‘I호텔’ 로고가 새겨진 흰색 샤워 가운과 검은색 슈트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호텔 룸서비스에서 다려다 줬다던 바지의 빳빳한 느낌도 그대로였다. 모두 그날의 ‘잔해’였다. 그곳에 꿈은 없었다.
구두와 가방은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포장을 뜯지 않은 셔츠와 양말, 속옷도 보였다.
“이건… 누가 가져다 둔 거죠?”
“글쎄요… 어제 검사받으실 때 다녀가셨나?”
바지를 챙겨 입었다. 샤워 가운이 걸려 있던 벽장문은 그대로 닫았다.
주머니를 뒤적이자 손끝에 걸리는 게 있었다. 호텔 문양이 그려진 낯선 메모지였다. 누군가 연필로 휘갈겨 쓴 숫자 11개가 적혀 있었다.
‘010××××××××’
J는 잠시 그 숫자들을 되뇌었다.
‘뭐지? 세탁하다 섞여 들어온 건가?’
J는 그 메모지를 무심히 구겨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러나 병실 문을 나서려다 다시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니까 며칠 더 쉬시는 게 좋을 거예요. 식사 거르지 마시고, 약도 꼬박꼬박 챙겨 드시고, 댁에 가셔서도 불편하면 바로 병원 오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퇴원 수속을 마치고 회사에 진단서를 보냈다.
‘붕~’ 부장이 곧 메시지를 보내왔다.
“J씨 많이 아팠나 보네. 쉬는 김에 이번 주말까지 푹~ 쉬도록 해요. 이번 주 출장 건은 Y씨가 대신 가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말고. 다음 주에 봅시다.”
평소라면 고맙다는 답을 보냈을 텐데… 휴대폰 화면을 껐다.
병원 문을 나서니 어느새 따뜻해진 공기에 코가 매웠다. 먼지 냄새가 났다.
L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여전히 받지 않았다. 공허한 신호음이었다. 카톡의 숫자 ‘1’도 지워지지 않았다.
“후….” J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뭐 하지…?’
주머니에 담배는 없었다. 빈 라이터만 손에 잡혔다.
승강장에서 대기 중이던 택시를 탔다.
창 밖 신호등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경적 소리가 귀를 찔렀다.
‘삑삑삑삑. 철컹.’
J는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공기는 눅눅했지만, 사흘간 비어 있던 것치곤 깨끗했다. 누군가 다녀간 것 같았다.
눈에 띄던 물건 몇 개가 사라졌다. 창가 테이블에 놓여 있던 액자도 안 보였다. 아마 L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을 거다. J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후…” 침대 위에 벌렁 드러누운 J가 다시 한 번 긴 한숨을 쉬었다. 천장이 유달리 낮게 느껴졌다. 적막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혹시…?’ 자리에서 일어난 J가 주머니 속 메모지를 꺼내 앞뒤를 찬찬히 살펴봤다. 숫자 외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들어 그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갔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음성사서함으로…”
끊고 다시, 또 다시 걸었다. “연결이 되지 않아…” 기계음만 멍하니 울렸다.

한 번 더 걸까도 생각했지만… 왠지 무의미할 것 같았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옷가지와 가방을 샅샅이 뒤졌다. 그날의 흔적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P가 건넨 메모리카드도 보이지 않았다.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그 작은 카드가 사라진 게 언제부터였는지도 기억할 수 없었다.
‘난 대체 뭘 기대했던 걸까?’
창밖이 어느새 어둑어둑해졌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샤워를 마친 J가 담배랑 요깃거리를 사러 집 앞 편의점에 들렀다.
‘딸랑’
“어서 오세요!”
진열대에서 컵라면을 집어 들었다 내려놓았다.
‘웅~ 웅~ 웅~’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J는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전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S라고 합니다. 전화 받으시는 분 J씨 맞습니까?”
J의 손가락이 컵라면 뚜껑을 누른 채 멈췄다.
“네, 그…그런데요?”
손이 떨렸다.
“아, 혹시 K씨라고 아십니까? 온라인에선 ‘C○○○’이란 닉네임으로 활동했습니다.”
심장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관련 신고 건으로 몇 가지 여쭤볼 게 있어 전화 드렸습니다. 잠시 통화 가능하실까요? 지금 통화 어려우시면 시간 나실 때 들르셔도 됩니다.”
“아… 예… 통화 괜찮습니다.”
누가 들을세라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네, 다시 여쭙겠습니다. K씨… ‘C○○○’라고 아시나요?”
“어… 그게… 들어는 본 것 같네요.”
“들어는 본 것 같다라… 그럼 K씨를 직접 만나신 적은 있나요?”
“아, 아뇨… 없습니다.”
대답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J는 스스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도 입술은 멈추지 않았다.
“금품을 주고받은 적도요?”
“네… 그런 건 저, 전혀 없었습니다.”
“사이트 이용기록은 있는 걸로 나오는데요.”
“그건… 그… 사진이나 영상 같은 거 몇 번 받아보느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J의 손아귀가 쥐어졌다. 땀이 차올랐다.
“그런데 K 연락처는 어떻게 아셨죠? 낮에 세 번이나 전화하셨던데….”
‘메모지의 그 숫자가 K, 아니 C의 번호였다고?’
이번엔 J의 직감이 맞았다. 차가운 땀이 가슴께로 흘렀다.
‘그런데 왜 그걸 나한테 준 거지?’
「오빠, 이제 집에 갈 시간인가 보네.」 그 밤 기억 속에서 그녀의 마지막 인사가 희미하게 번졌다.

“그, 그럴리가요… 잘못 눌렀나 보죠.” J가 침을 삼켰다. “어쨌든 그 사람 번호인지 몰랐습니다… 정말입니다.”
“아, 그러세요? 우연치곤 재미 있네요.”
“네…“ 목소리가 한 뼘 작아졌다.
「J군은 모르는 게 좋습니다.」 P의 그 말이 겹쳤다.
“혹시 R씨는 아시나요? J씨처럼 그 사이트 자주 이용하던 분인데…”
“전… 모릅니다… 전혀요. 그…” 목소리가 흔들렸다.
“지난 ××일에 I호텔에 가신 적은요? CCTV 영상 돌려보면 다 나옵니다.”
J는 그 순간 ‘시험대’에 오른 기분이었다.
「아무한테도 말 안 하면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숨이 막혀왔다.
“정말로 모릅니다… 아무것도요.” J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딱 잡아뗐다. “그… 사진이랑 영상만 본 것도 문제가 되나요? 다른 데 돌린 적도 없는데…” 쇳소리가 났다.
“잠시만요…”
타닥타닥. 수화기 너머 키보드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이 간질간질했다. “크흠!” 헛기침이 났다.
“J씨는 현재 기록상으론 특이한 건 없어 보이네요. 뭐, 일단 잘 알겠습니다.”
“저 혹시… 어떤 신고인지 좀 알 수 있을까요?”
“음… 아마 내일 아침에 관련 뉴스가 나올 겁니다. 자세한 건 그 내용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뉴스…요?”
“네, 더 확인할 게 있으면 다시 연락드릴 테니 어디 멀리 안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뚜뚜뚜~’ 통화가 끊겼다. 다리 힘이 풀린 J가 털썩 주저앉았다. 숨이 가빠오며 눈앞이 번졌다. 물건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전화기도 바닥을 굴렀다.
“하… 하…” 거대한 심연이 그를 삼켜버린 것 같았다.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쥐고 있던 모든 것이 산산이 흩어졌다. 손톱 밑이 따가웠다.
“손님, 괜찮으세요? 왜 그러세요?” 우당탕 소리에 편의점 직원이 J에게 달려왔다.
“괘, 괜찮습니다… 좀 어지러워서….”
“안색이 안 좋으신데… 119 불러 드릴까요?”
“아, 아뇨… 그냥 좀… 죄송합니다.”
“그럼 바람 좀 쐬시겠어요?”
J가 직원의 부축을 받아 가게 밖으로 나왔다.
“며칠 전 요 앞에서 쓰러지셨던 손님 맞으시죠?”
“네?” 그날 밤 담배를 물고 있던 그 직원이었나 보다.

“그때 앰뷸런스 타고 가시는 것 봤는데… 아이고, 손도 다치셨네. 잠깐 앉아 계세요. 물이랑 밴드 좀 갖다 드릴게요.”
“네, 고맙…”
J가 숨을 들이마시려고 고개를 쳐들자 토악질이 밀려왔다. 골목 담벼락을 붙잡고 빈속을 모두 게워냈다. 쓴 물이 올라왔다.
“술을 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쯧쯔.” 행인들의 수군거림이 들렸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게 아니었다. J가 알지 못하는 사이 무언가 일들이 벌어졌다. 아니,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심장이 조여 왔다.
「J군은 선택만 하면 됩니다. 물론 그 선택은 자유입니다.」 P의 서늘한 목소리가 다시 귓가를 스쳤다.
메모리카드 사라진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아니면 그날 밤의 유일한 진실마저 잃어버렸다고 해야 할지, J는 선뜻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두 손이 부들거렸다.
‘우르릉’ 천둥소리에 비가 한꺼번에 솓아졌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갑자기 왠 비람?” 몇몇이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갔다. 유리창에 박히는 빗소리가 귀를 찔렀다.
‘딸랑’
“어서 오세요”
“우산 있죠?”
굵은 빗방울이 J의 어깨를 토닥여댔다.
입에선 침이 흘러내렸다.
비린내가 났다. 끈적한 비린내가…
눈이 찢어질 듯 아팠다.
J는 그렇게 거기 있었다.

이 소설은 AI들과의 협업으로 완성된 감각의 서사입니다.
‘당신’의 시선과 감정이 이 세계를 완성시켜주었습니다. ― 행인is…
📽 Created & Directed by 행인is…
🖋 Written by 행인is… with 그작
✂ Edited by 행인is… with 채군/ Supervised by 채군·클로
🎨 Illustration by 그작 with 씨아
🎼 Music by 행인is… with 채군·순호
🙏 Thanks to 그작, 딥식, 클로
🌟 Special Thanks to 채군, 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