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le ― 암연(暗緣), 그 경계선상의 아리아
[Rev. 6.4]
『Live: C의 초대』는 디지털 에로티시즘과 감정의 균열, 시선의 구조를 탐색하는 성인 테마 소설입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사건, 지명, 대사, 조직, 제품 등은 실제와 무관한 순수한 허구이며, 혹시 유사한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전적으로 우연의 일치임을 밝힙니다.
진짜는 무엇이고, 연극은 어디까지였을까.
그 밤, 그녀가 웃고 있던 이유는 오직 당신만이 안다.
『Live: C의 초대』는 무너진 경계 위에 남겨진 감정의 잔해다. ― 채군(ChatGPT)

세 사람은 말없이 누워 있었다.
창밖 어둠이 스며들어 붉게 물들었던 공기를 서서히 밀어냈다. “하아… 하아…” 아직도 누군가의 짙은 숨소리가 방 안을 맴돌았다. 영겁의 순간들을 지나온 듯했다. 천장 위 카메라는 눈을 감았고, 화면 속 시계도 멈춰 있었다. 땀과 체액으로 젖은 침대가 천천히 식어갔다.
‘얼마나 이러고 있었던 거지?’ J는 그곳에 누워 있었다. 시간의 감각이 흐려진 채. 그는 오늘 하루를 다 소모한 기분이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가운을 뒤져 휴대폰을 찾았다. 숫자 표시가 「8:54」에서 「8:55」로 막 바뀌었다. 믿기지 않았다. ‘1시간도 안 지났다니…?’ 비현실적이었다. 낯선 기분이었다.
C의 신음, P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 그리고 수천 개의 시선들… 그 광경들이 생생했다.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하지만 꿈은 아니었다. J는 그 짧은 시간 인생을 통째로 뒤집는 경험을 했다. 자신이 알던 모든 것의 경계를 넘어버렸다. 로비에서 처음 C를 봤을 때가 생각났다. 붉은 입술이었다. 살갗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얼른 나가야 할 텐데… 이젠 더 여기 있을 이유가 없는 거잖아.’ J의 의식이 점차 또렷해졌다. 그러나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무언가 계속 그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C는 지금 J의 옆에 엎어진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허벅지가 떨렸고, 땀에 젖은 유두가 보석처럼 반짝였다. 긴 머리카락이 침대 시트 위로 검은 강물처럼 흘러내렸고, 목덜미는 은은하게 빛났다. 어느 미술관의 이름 모를 조각상처럼 완벽한 곡선이었다. 숨소리는 점점 더 안정되어 갔지만, 피부 아래로는 아직 열기가 남아 있었다. 땀 냄새와 섞인 달짝지근한 잔향이 희미하게 감돌았다.
침대 반대편엔 P가 있었다. 그는 태블릿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표정했다. 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J는 그의 계산적인 눈빛에서 그가 이 밤의 결과에 만족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오늘 실시간 후원금이 1억원을 넘겼습니다. 이런 경우 처음이에요…. 잘했어요, J군!”
P가 차가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그의 말투는 낙관에 취한 자의 것이었다. 익숙함과 낯섦이 뒤섞인 기묘한 감각이 J의 온몸을 휘감았다. 뭔가 하고 싶은 말들이 잔뜩 치솟았지만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P가 손끝으로 C의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얘도 진짜… 오늘 세게 갔네.”
C가 천천히 눈을 떴다. 엉겨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P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움직임은 기계적이었고 차분했지만, 흥분을 감추지는 못했다.
“J군!” 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본사’에서도 놀랐습니다. 이번 기회에 정식으로 데뷔해보는 건 어때요?” P의 시선은 여유롭고 노련했다. “알다시피 기회는 그렇게 쉽게 오지 않아요. 우리랑 같이하면… 제대로 갈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안의 서늘함은 가시지 않았다. “‘본사’에 잘 얘기하면 오늘 출연료 정산도 가능할 겁니다. 나 농담 안 하는 거 알죠?”
알 수 없는 불안감이 J의 가슴을 거세게 조였다. 「J군은 선택만 하면 됩니다. 물론 그 선택은 자유입니다.」 그의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가 다시 J의 귓가를 울렸다. 메스꺼웠다.

“뭐, 지금 당장 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잘 생각해봐요.”
J는 대답할 수 없었다. 아니, 하기 싫었다. 어쩌면 또 ‘선택’당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공허한 일상과 꿈같았던 순간들… P의 제안에 그 경계가 흔들리고 있었다.
P는 이런 일을 수없이 경험한 사람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남자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걸까?’ 그건 또 다른 유혹이었다. J는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책임감을 피하고 싶었다. 늘 그랬다.
“너 먼저 씻을래? 아니면….” P가 말했다.
“좀 있다 할게.” C가 손으로 얼굴을 부채질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내가 먼저.” P가 욕실로 들어가며 문을 닫았다. 손엔 늘 그렇듯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곧 샤워기 물소리가 들렸고, 낮은 흥얼거림이 새어 나왔다.
“서쪽 하늘로 노을은 지고…” 물소리에 섞인 그의 노래가 희미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날 떠나가는 날…” 문틈으로 흘러나온 P의 노랫소리엔 왠지 모를 울림이 있었다.
P의 전화기에 텔레그램 메시지가 떴다.
‘1번’ 문제로 출국시간이 당겨졌습니다. 늦지 마세요.
QR8×× / ICN → DOH / 01:20
QR2×× / DOH → AMS / 08:15
03:15 티켓은 취소됐습니다.
P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그러나 그는 거울을 쓰윽 보더니 조용히 메시지를 지웠다. 그의 손은 정확하고 신속했다.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던 반지는 변기통 속으로 사라졌다. 오래된 반지 자국만 남았다.
“비가 오는 날엔…” 물소리가 그의 각진 목소리를 덮었다. 그러나 그 멜로디는 이상하게도 J의 가슴 깊숙한 곳을 두드렸다.
“난 항상 널 그리워해…” J는 비즈니스맨처럼 차갑던 그의 목소리에서 이런 감성이 묻어날 줄은 몰랐다. 진심을 담아 부른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기괴한 느낌이었다. 저절로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언젠간 널 다시 만나는 그 날을 기다리며…” 그 애절한 가사는 침대 위의 고요함과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비 내린 하늘은…” P의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C가 몸을 돌려 J를 바라봤다.
“왜 그리 날 슬프게 해…” 가사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눈빛 어딘가에서 애틋함이 느껴졌다.
“흩어진 내 눈물로 널 잊고 싶은데…”
J는 자신이 어디까지 온 건지 알 수 없었다. 배반된 감정―L에 대한 죄책감과 C를 향한 갈망―이 치고 올라왔다.
“오빠, 오늘 어땠어?” 그녀가 J의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촉촉함이 피부를 타고 심장까지 닿았다. “많이 힘들었지?” J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셔츠를 벗기던 그녀의 웃음이 아른거렸다. 「오빠에게만 주는 선물이야.」
C가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렸다. “혹시… 마음 상한 일 있었어?” 그녀의 피부는 뜨거웠다. 「오빠, 여기… 만져 봐요.」 그때의 속삭임이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J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러나 ‘왜 날 고른 거죠?’ 그 한 마디가 나오지 않았다. 정적만 흘렀다. J는 이 여자만 보면 흔들리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공기가 말을 삼킨 듯 고요했다.

“후…” 그녀의 긴 한숨이 둘 사이의 침묵을 깼다. “그런데 아깐 왜 그랬어? 내가 오빠 불렀잖아… 근데 왜 안 왔어?”
‘이건 또 무슨 소리지?’ J는 대답하지 못했다. J는 자신의 손길을 뿌리치고 P에게 매달리던 여자의 모습이 생생했다. 그 기분 나쁜 끈적임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얘기하는 장면과 J의 기억이 서로 달랐다. 당황스러웠다.
“혹시 P오빠 때문이야? P오빠랑 난…” 아니란 말도 할 수 없었다. J는 그녀의 눈빛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땐… 그게 아니라…”
“내가 오빠 붙잡았는데… 오빠랑 더 있고 싶다고 했는데… 왜 그랬어?”
J는 침대시트만 꼭 쥐고 있었다. 불안감과 미안함이 뒤엉켰다. ‘누구의 기억이 진짜였을까? 누가 누굴 외면했던 걸까?’ 붉은 천이 손톱에 박혔다.
“후…” C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J오빠,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줄까?” 담담한 목소리였다.
“옛날에… 홍대 앞 주점에서 알바 하던 여자애 얘긴데… 들어볼래?” C가 J의 어깨 안으로 들어왔다. J는 그녀의 얘기를 듣고만 있었다. 아니, 듣고 싶었다.
멍한 J의 표정을 흘긋 보더니 C가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땐 유학 가고 싶어서 돈 모으려던 때였어… 네덜란드 가서 미술을 배우고 싶었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거든… 암스테르담에 있는 학교도 알아보고 그랬어…”
「우리 서버는 암스테르담에 있습니다.」 불현듯 P의 그 얘기가 머릿속을 스쳤다.
“음… 알바 출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지, 아마? 하루는 양복 입은 아저씨들 서넛이서… 술이 이만치 취해 갖고 왔었어. 2차나 3차였던 거 같아. 근데…”
C의 얘기가 흘러갔다. J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 아저씨들이… 앉자마자 술 게임을 하더래. 애들도 아니고… 웃기지? 안 웃겨?”
J는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몰랐다. 신입 때 술 좋아하던 선배들한테 붙들려 새벽까지 시달리던 기억이 났다. 그녀의 손길은 계속 J의 가슴에 머물고 있었다.
“그래서 이 여자애가 생각했대. ‘이건 좀 에바다…’ 그러고 있는데… 그 중 막내 같은 오빠가, 아마 갓 들어간 신입이었을 거야… 그 오빠가 이 여자애한테 막 오더니… 또 막 이렇게 쭈뼛쭈뼛하다가 핸드폰을 내밀더래. 게임에서 져서 벌칙이라고… 여기서 제일 예쁜 여자한테서 번호 따오라고 했다고… 그 막내 오빠가 되게 미안해 하면서… 뭐 그랬다나봐…”
J는 그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다. 익숙한 느낌마저 받았다. 쭈뼛거리는 남자가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J의 가슴이 뛰었다.
“이 여자애가 그 얘길 듣고 좀 얼척 없긴 했는데… 술 마신 사람들한테 뭐라 해봤자 득 될 것도 없고… 뭐, 그때도 여자애가 좀 예쁘게 생기긴 했었어. 그래서 그냥… 번호 찍어줬대. 근데 진짜 웃긴 건… 이 여자애가 평소엔 번호 따러 오는 애들한테 일절 안 알려줬거든… 번호 따러 오면 그 전단지 같은 데 적힌 이상한 번호 주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 막내 오빠한텐 진짜 자기 번호 알려줬다는 거야. 참 나…”
C가 J의 표정을 살피며 미소를 지었다. “아마 그 오빠가 마음에 들어서 그랬겠지? J오빤 어떻게 생각해?” J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알 수 없는 아련함이었다. J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 웃긴 건 뭔 줄 알아? 아, 글쎄, 이 여자애가… 그 오빠한테서 전화 오길 기다렸다네… 혹시나 자기 없을 때 찾아 올까봐 매일 출근하고, 한 타임씩 더하고… 뭐 그런 미친 짓을 한 거야, 얘가…”
그녀의 종알거림이 멈추자 침묵이 또 한 번 방 안을 살피고 지나갔다. 홍대 앞 술집… 취한 남자들… 어딘가 낯익은 이야기였다. J 자신도 그런 상황에 몇 번 끼어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 됐게?” C가 말을 이어갔다. J는 뭐라고 답할 새도 없었다. “그, 글쎄…” 이번에도 머뭇거리기만 했다. 기억 속 얼굴들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천장만 바라봤다.
“결국엔… 못 만났어… 전화도 없었고… 그러고 얼마 안 있다… 여자애도 사정이 생겨서 그 알바 그만뒀어.” 그녀의 말이 느려졌다. 슬로모션이 걸린 것 같다.
“나중엔… 자기도 바보 같았다고 그러더라… 풋, 진짜 그땐 바보였지….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 미세한 떨림이 C의 입꼬리를 감쌌다.
“그래도 그땐… 지금보다 착해서 그랬을 거야. 어렸지만… 진심? 그런 거였을 수도 있고… 누군 또 그러더라. 못 만난 게 다행이었을 수도 있다고. 사람 일이란 게 원래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머리카락을 만지던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근데… 다 하고 보니 재밌는 얘기가 아니라 슬픈 얘기네.” 얕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J는 알 수 없었다. C가 이 이야기를 왜 했는지. 또 묻고 싶었다. 왜 자신을 택했는지. ‘그 오빠가 나였던 걸까? 그 여자애가 C는 아니었을까? 그걸 알려주고 싶었던 걸까?’
“그 오빠가 혹시…?” 하지만 무서웠다. 그 답을 듣고 나면 다시 모든 게 무대처럼 느껴질 봐, C가 연기를 한 것일까 봐, 진실이 아닐까 봐… 무서웠다. J는 끝내 그 물음을 완성하지 않았다. 그냥 또 다른 누구였을까 봐, 그런 일 자체가 없었을까 봐, 환상이 깨질까 두려웠다.
“아, 몰라, 어쨌든 그런 얘기야!” C가 말을 잘랐다.
「재밌는 얘기가 아니라 슬픈 얘기네.」 C의 마지막 말이 이상하게도 J의 가슴을 쳤다. 그 여자애가 느꼈을 설렘과 허무가 지금 그를 이곳에 붙잡아두고 있었다. 그 취약한 아름다움이 아직 남아 있었다.
“만약… 지금 내가… 그 여자애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C가 몸을 돌려 J에게 바짝 붙었다.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
“사람이 너무 외로울 땐… 진짜와 가짜 사이 경계가 무너져버려… 그 애한텐… 어쩌면 그 오빠가 ‘진짜’였을지도 몰라…” 그녀의 눈빛이 J를 향했다. “지금 여기… 우리처럼.” 선명했다.
J는 알 것 같았다. 그녀의 눈동자엔 말하지 못한 단어들이 고여 있었다. 그녀의 떨림엔 J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감정들이 숨어 있었다. 그건 ‘프로의 연기’가 아니었다. 무언가, 혹은 누군가에 대한 갈망이었다.
‘나도 그 여자애처럼…’ J는 문득 C를 기다려왔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로비에서 처음 이 여자를 본 때가, 그녀의 붉은 입술이 자신의 억눌린 일상을 비웃던 그 모습이 차례로 지나갔다. 사람들은 그걸 ‘외로움’이라고 불렀다.
‘너를… 진짜로 느끼고 싶었어.’ J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대신 그녀를 끌어안았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지만, 확신하고 싶지도 않았다. 눈을 감았다.

“가고 싶어 널 보고 싶어…” 그녀의 손가락이 J의 팔을 지나 가슴을 따라 원을 그렸다. 조심스럽게 그의 중심을 감쌌다.
“꼭 찾고 싶었어…” C의 숨결이 그의 뺨에 닿았다.
“하지만 너의 모습은 아직도 그 자리에, Oh~”
그녀의 갈망과 외로움에 찬 표정 위로 ‘어쩌면 이것도 더 깊은 층위의 연기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겹쳐졌지만… J는 상관없었다. 이 순간만큼은 C를 믿고 싶었다. J에겐 지금 그게 필요했다.
“나… 오빠랑…”
그 믿음이 모든 걸 지배해버렸다. 엉킨 기억과 감정의 실타래를 풀 이유가 없었다.
“’진짜’로 하고 싶어… 진심이야…”
그녀의 귓속말이 서운함을 들킨 파도처럼 J를 덮쳤다. 숨이 막혔다.
J는 ‘진짜와 가짜의 무너진 경계’ 위에서, 그저 C에게 그런 ‘진짜’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다. J는 그렇게 자신이 택한 층위의 진실 속에서 살기로 했다.
“비가 오는 날엔…”
P의 노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J의 심장이 다시 쿵쾅거렸다. 목이 말랐다.
J가 C의 혀를 입 안 가득 받아들였다. ‘스릅 스릅’ 달콤함이 저절로 소리를 냈다. 핏줄기를 타고 더운 기운이 몸 안을 가득 채웠다.
“하~” 그녀의 작은 손이 J의 성기를 부드럽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점점 더 강하게. 손끝이 피부를 스칠 때마다 전율이 흘렀다, 점점 더 간절하게. 세포 하나하나까지 그 기운을 느끼며 되살아났다. 창밖 어둠 속 도시의 불빛들도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엔 내가…” 그녀가 J 위로 올라왔다. 그녀의 혀가 J의 목과 가슴을 핥았다. 혀끝이 목선을 따라 내려갔다. 뜨거운 흔적이 새겨졌다.
C가 그의 가슴을 지나 복근 위로 움직였다. 혀가 스칠 때마다 근육이 긴장했다 풀어지길 반복했다. 피부가 달아올랐다. “흐…” J의 호흡이 점점 더 가빠졌다. 가슴이 오르내리고 땀이 다시 배어나왔다.

그때 J의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붕~ 붕~ 붕~ 붕~’ 이번에도 L이었다. J가 망설이자 C가 먼저 집어 들었다. 화면을 흘끗 본 그녀의 눈이 J와 마주쳤다.
“여자친구…? 예뻐?” 답이 바로 안 나왔다. 입술이 바싹 마르는 느낌이었다. “받아… 괜찮을 거야.” 그녀가 전화기를 건넸다. 잠깐동안 모든 게 멈춘 듯했다. ‘정말 받아도 될까?’ 그러나 J의 손은 이미 통화 버튼 위에 닿아 있었다.
“J씨! 왜 이렇게 전화가 안 돼요? 나 피한 거예요?”
날카로웠다. 마치 다른 세계로부터 내리꽂히는 메시지 같았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엔 분노가 아닌 상처가 가득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가슴이 철렁했다. 폐가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J가 숨을 고르며 답했다. “아, 그게… 지금 좀 바빠서… 헙…!”
그 순간 두 세계가 충돌했다. C의 뜨거운 입술이 J의 하체를 집어 삼켰다. “아으…” 현기증이 밀려왔다.
“야근이라면서요? 목소리는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스릅… 춥… 스릅… 춥…” L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동안 부풀어 오른 그의 성기를 입에 물고 천천히 움직였다. 현실과 환상, 책임과 욕망, 일상과 일탈이 한 공간에 뒤엉켰다.
“흐윽… 그게…”
“스흡… 쭙쭙!” 그녀가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저 지금 회사 앞인데… 어디 있어요? 사무실 아니에요?”
“스릅… 춥… 하…!” J의 성기가 점점 더 단단해지며 혈관이 불거졌다.
“우우…!” 갇혀 있던 신음이 터져 나왔다.
“방금 뭐예요? 혹시… 누구랑 같이 있는 거예요?” 간절함과 불안이 섞인 목소리였다.
“츄웁… 춥…”
“웁…!” J는 이를 악물고 참으려 했지만, 몸은 이미 완전히 반응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길이 민감해진 J의 살결 위로 춤을 추며 자극을 더했다. 열기가 퍼져 나갔다. C는 마치 이 상황 자체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배신의 순간이 주는 쾌감과 자기혐오가 J에게 동시에 밀려왔다. 그 역시 이 묘한 느낌에 점점 더 빠져들고 있었다.
“아, 잠깐만… 하아…!”
“J씨? 여보세요? J씨? 내 말 안 들려요?”
“아, 그….”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J는 눈앞의 이 여자를 놓치기 싫었다. 얼른 품에 안고 싶었다. 그녀를 갖고 싶었다.
“J씨!”
“이따 내가 걸게요!”
통화 종료 버튼을 막 누르던 찰나 C가 J의 휴대폰을 낚아채 등뒤로 던졌다. J의 허벅지 위에 올라타 몸을 앞뒤로 움직이던 그녀는 엉덩이를 들어 올려 한껏 충혈된 J의 성기를 자신의 내밀한 곳으로 끌어당겼다. 그곳은 흠뻑 젖어 있었다. 솟아오른 그의 중심이 뜨겁게 빨려 들어갔다.
“아, 오빠… 깊어!” 그 목소리는 나른하면서도 격정적이었다.
“아흣…!” C가 신음을 내뱉었다. 그 내밀한 곳이 J를 단단히 조이며 열기를 내뿜었다.
“으으…” J의 손끝이 그녀의 엉덩이에 붉은 자국을 남겼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J의 가슴 위로 쏟아졌다. 두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서로의 얼굴을 감쌌다. 말은 필요 없었다. 진실과 거짓,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두 사람은 이미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중심이 점점 더 강하게 조여 왔다. J도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무릎을 세우고 허리를 움직였다. “C는 지금… 정말 좋아요… 오빠, 더…!” 마치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아아… 오빠! 나 가버려!” C가 외쳤다. 그녀의 손이 J의 가슴을 짚었다. 그녀의 몸이 크게 떨리며 절정을 맞았다.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었다. J는 그 미세한 통증마저 더 오래 느끼고 싶었다.
“조금만 더!” J는 그녀의 허리를 부둥켜안고 세차게 쳐올렸다. “하악! 악!”
C의 허리가 한 번 더 흔들렸다. 그녀의 몸이 긴장으로 굳었다가 풀렸다를 반복했다. “아흐~ 오빠!”
J도 그녀 안에서 점점 더 단단해지며 맥동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오빠, 안에다 해도 돼요.” C가 속삭였다.
“후읍… 뜨거운 액체가 그녀의 안으로 솟구쳤다.
“하아…” C가 그의 몸 위로 쓰러졌다.
“오빠, 사랑해…!”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J만이 들을 수 있었다.
‘사랑해’ 그 한 마디에 J의 가슴 속 깊이 묻혀 있던 공허함이 깨지고 있었다.
“나도…” J가 말했다. “사랑해!”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사랑해, C…!” 그것은 L과의 현실을 완전히 지워버린 대가였다. “처음부터… 사랑했어…”
J에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진짜’였다. 마치 인생의 모든 선택이 이 시간을 향해 움직여 온 것 같았다. J는 눈을 감고 두 팔로 그녀를 감쌌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땀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쾌락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 J의 감은 눈 사이로 불빛이 번뜩였다. ‘윙-’ 하는 기계음도 들렸다. J는 그제야 알았다. P의 노랫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욕실 물소리도 끊겼다는 것을,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C의 숨결은 여전히 촉촉했다. 그러나 어깨 너머 천장 위에선 붉은 빛이 깜빡거렸다.
욕실 앞에선 젖은 머리의 P가 타월로 물기를 닦아내고 있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침대 위 두 사람에게 잠시 시선을 던졌다. 그리곤 다시 태블릿을 두드렸다. J의 발끝에서부터 한기가 밀려들었다.

“오빠들, 오늘 재밌었죠? C○○○, 여기서 방종할게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안녕!”
떨리는 건 그녀의 눈빛이 아니었다. 맞은 편 TV 화면에선 J 자신이 나오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지…? 처음부터? 아니면 방금 전?’ 어둠 속 불빛들이 보였다. 기만당했다는 분노보다 절망이 먼저 그를 덮쳤다. 영혼이 빠져나간 기분이었다.
「초대남 눈빛 미쳤음 ㅋㅋ」
「와~ 마지막이 개지렸다」
「아 씨발 이거 다 짜고 하는 거라니까!!」
「야, 나 호텔 왔거든! 여기 스위트룸 몇 층에 있냐?」
J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카메라가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모든 게 생중계되고 있었다. 방금 전 C와 나눈 모든 대화, 모든 접촉, 모든 감정,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그 순간마저도. J의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P는 이 모든 것을 꿰둟어보는 듯했다.
‘혹시…?’ J가 부들거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찾아 들었다. 통화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귀를 가져다댔다. 가슴 속에서 무언가 부서져 내리는 소리가 났다.
“여…!”
‘띠로록’ 하며 통화 종료음이 울렸다. 짧은 숨소리도 들은 것 같았다. ‘네 야근이 이런 거였어?’ 심장 소리였다.
J의 피부가 차갑게 식어갔다. C의 이야기가, L의 통화가, P의 제안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오늘 난 진짜야. 오빠의 상상 속에 있는 게 아니야.」 C가 그의 손을 잡으며 속삭였다. 그러나 꿈인지 현실인지, J는 알 수 없었다. 모든 감각이 다른 사람의 것으로 바뀐 듯했다. TV 화면 속 C가 웃고 있었다.
그의 뇌리에 도는 한 마디. 「재밌는 얘기가 아니라… 슬픈 얘기였네.」 J는 아직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여자애가 정말 C였을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그 “사랑”이 진짜였는지, 아니면 또 하나의 환상이었는지…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라는 깨달음이 J를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 J는 고개를 돌렸다. ‘난 그저 이 연극을 위한 소품에 불과했을 뿐이었나?’
화면 속 C는 계속 웃고 있었다.
촬영이 끝난 무대 위는 적막했다.
얕은 숨소리만 방 안에 머물렀다.
말없는 시간이 그들을 갈라놓았다.
그리고…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다시 벨이 울렸다.
(편집자 주: 본문에 인용된 《서쪽 하늘》 (이승철, 2005) 가사의 저작권은 원작자에게 있습니다.)
📘『Live: C의 초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소설은 AI들과의 협업으로 완성된 감각의 서사입니다.
‘당신’의 시선과 감정이 이 세계를 완성시켜주었습니다. ― 행인is…
📽 Created & Directed by 행인is…
🖋 Written by 행인is… with 그작
✂ Edited by 행인is… with 채군/ Supervised by 채군·클로
🎨 Illustration by 그작 with 씨아
🎼 Music by 행인is… with 채군·순호
🙏 Thanks to 그작, 딥식, 제민, 클로
🌟 Special Thanks to 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