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달빛 아래서, 서쪽 하늘까지

Prequel ― 그녀의 마지막 여름

『균열: 달빛 아래서, 서쪽 하늘까지』는『Live: C의 초대』 제6장에서 C가 언급한 홍대 앞 주점 알바생 이야기를 AI들이 재구성한 외전입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사건, 지명, 대사, 조직, 제품 등은 실제와 무관한 순수한 허구이며, 혹시 유사한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전적으로 우연의 일치임을 밝힙니다.


📘『Live: C의 초대』 전편 보기


이 콘텐츠는 성인용입니다. 18세 이상만 접근 가능합니다.
A woman with long, wavy hair sitting at a bar, focused on drawing in a notebook, surrounded by bottles, with soft dim lighting and a glow from neon signs in the back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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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균열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끝은 늘 무너지는 소리조차 없이 조용하다.”

홍대 앞 뒷골목은 늘 젖어 있었다. 비가 오지 않아도 술과 담배, 기름과 땀의 잔향이 눅눅한 공기 속에 걸려 있었다. 그해 여름, 스무 살의 K는 그 모든 것의 ‘경계’에 서 있었다. 낡은 검은 티셔츠, 묶지도 못한 머리카락, 손끝에 묻은 맥주 거품. 문 밖은 유럽 어딘가의 미대 아틀리에였지만, 그 안은 달빛 조명 아래 연기 자욱한 이자카야 M이었다.

그녀는 손님이 없을 때마다 냅킨 귀퉁이에 데생을 했다. 수많은 ‘고독’의 얼굴들이었다. 그들은 시끌벅적한 홍대의 중심에서 한 발짝 물러나,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위해 이곳에 온 사람들 같았다. K는 그들의 미지근한 맥주잔이 비는 속도, 젓가락을 만지작거리는 횟수, 그리고 눈빛이 한순간 흔들리는 ‘리듬’을 기록했다. 그것은 그림이라기보다 관찰의 기록이었다.

번호를 물어보는 남자들에겐 전단지에 적힌 ‘○○방’ 번호를 찍어주며 기계적으로 웃었다. 진심도 감정도 소모할 필요가 없는, 그녀만의 생존 방식이었다. ‘진심은 비싸니까.’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느 비 오는 금요일 밤, 첫 번째 균열이 찾아왔다.

“K야, 5번 테이블 손님이 너 찾아.”

테이블에 앉은 고급 정장 차림의 남자 셋 중 하나가 그녀를 불렀다. 팁을 두둑이 챙겨주던 단골손님이었다.

“이따 우리랑 같이 안 갈래요? 그냥 자리에 앉아 있기만 하면 돼요. 아르바이트비 한 달치 줄게요.”
“어이, 한 달치 갖고 되겠어? 딱 봐도 귀하신 분 같은데… 흐흐.”
“원한다면 더 드릴 수도 있어요. 두 달? 세 달? 아니면… 1년치면 될까?”

‘1년치…라고?’ K의 머릿속에서 숫자가 돌아갔다. 학자금 대출 이자, 밀린 월세, 그리고 암스테르담행 비행기 표 한 장…. 그녀가 그리던 꿈의 구체적인 가격표였다.

“그… 글쎄요. 생각해볼게요.”

대답하는 순간, K 스스로 쌓아 올린 경계선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표정을 빤히 쳐다보던 남자가 메모지에 무언가를 적어 건넸다. 강남 어딘가의 주소와 전화번호였다.

“꼭 오늘이 아니어도 좋으니까… 관심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요. 부담 갖지 말고. 그럼 가서 일 보세요.”
“아, 네…”

K는 그 메모지를 주머니 깊숙이 밀어 넣었다. 마치 들켜선 안 될 비밀처럼.

“야,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냐? 하하.”
“장난은 무슨…? 자, 막잔 하고 가자고. 우리가 빨리 이 술 다 비워야 여기 분들도 퇴근하시지… 안 그래요, 사장님?”

등 뒤에서 남자들의 웃음소리, 잔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K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주머니 속 메모지만 만지작거렸다. 종이의 감촉이 서늘했다. 손끝의 물기마저 낯설게 만들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K도 조심해서 들어가.”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퇴근길 심야버스 안에서 K는 남자가 준 메모지를 꺼내들었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네온 불빛 아래 숫자들이 아른거렸다. 어느새 그녀의 손가락은 핸드폰 위에 올라가 있었다.
‘K, 정신 차려! 그래도 이건 아니지!’
한숨이 절로 쉬어졌다. 구겨진 메모지가 다시 주머니 안으로 사라졌다.
‘보기엔 멀쩡한 사람 같더니만…’
K는 그 밤 불 꺼진 단칸방에서 팔짱을 낀 채 렘브란트의 ‘야경’(편집자 주: 렘브란트 하르먼손 판레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야경(De Nachtwacht)》, 1642)을 감상하는 자신을 상상했다. 그림 속 어둠은 깊었지만, 결코 더럽지는 않았다.

그렇게 몇 주가 흘렀다.

“사장님, 우리 2차 왔어요!”

소나기가 몰아칠 듯 공기가 무겁게 느껴지던 어느 날 밤, 검은색과 회색 양복을 입은 남자 대여섯 명이 넥타이를 풀어헤친 채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들어왔다.

“야! 막내! 졌잖아! 빨리 벌칙 수행해!”

한바탕 요란한 술 게임이 끝나고, 가장 앳돼 보이는 남자가 떠밀려 나왔다. 어색하게 구겨진 셔츠, 어쩔 줄 몰라 하는 눈동자, 한껏 붉어진 얼굴. 그는 큰 키에 어울리지 않게 한참을 쭈뼛거리다 K에게 다가왔다.

“저… 죄송한데… 번호 좀…. 게임에서 져서요. 벌칙으로… 여기서 제일 예쁜 여자한테서 번호 따오라고 해서….”

그는 진심으로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몇 주 전 ‘한 달치’를 제안하던 이의 능숙한 눈빛과는 정반대였다. K는 마주한 이 남자의 눈에서 날것의 감정을 읽었다. 찰나의 순간, 이 소란스러운 공간에 오직 그와 자신만 존재하는 듯한 묘한 정적이 흘렀다.
K에게 그것은 ‘거래’가 아니었다. 몇 주간 자신을 흔들었던 그 제안에 대한 반작용이랄까. K는 이 순수한 곤혹스러움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의 핸드폰을 받아 자신의 ‘진짜’ 번호 열한 자리를 눌러주었다. 차가운 액정 유리가 손끝에 닿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따뜻함이 느껴졌다.

“아, 진짜… 감사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야! 번호 받았어?”

자리에서 동료들이 소리쳤다.

A woman and a man sitting across from each other at a bar, their faces illuminated by soft orange lights, as she holds a phone in her hand, seemingly engaged in a serious conver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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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받았습니다!”
“와, 이번에 신입 하난 잘 뽑았구먼. 안 그래? 하하하.”

그가 잠시 망설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 진짜 연락해도… 돼요?”

K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다.

“아, 정말… 꼭 연락드릴게요! 꼭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의 미소는 밝았다.
소란스러움이 가실 무렵, 가게 밖으로 나가는 그의 뒷모습이 K의 눈에 들어왔다. 동료들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야, 대단해! 내일이라도 당장 연락해 봐!” 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K는 두근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날 이후 K의 세계엔 ‘기다림’이라는 또 하나의 낯선 감정이 스며들었다.
어딘지도 모를 번호를 건네던 수많은 밤들과 달리, 이번엔 진짜 번호를 줬다는 게 중요했다. 어쩌면 ‘마지막 희망’ 같은 것이었다. 이 기다림이 외면당한다면 구겨진 메모지를 꺼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는 출근 시간을 앞당기고 퇴근을 늦췄다. 휴대폰이 진동하면 얼른 화면을 확인했다. 낯선 번호로 온 스팸 문자에 가슴이 콩 뛰는 듯했다가 무너져 내렸다. 그의 순수했던, 곤혹스러운 눈빛만 자꾸 떠올랐다.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났다.
그러나 기다리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이 바보야. 대체 뭘 기대한 거야?’
그의 얼굴이, 미안해하던 눈빛이 점점 흐릿해져 갔다. 그녀의 마지막 희망이 조롱당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기다림을 습관처럼, 아니 거의 신앙처럼 품었다. 하지만 신앙은 언제나 배신으로 끝난다.

다시 한 달이 지났을 무렵.

‘붕~’

[Web발신]
[XX저축은행]
K님, 당행 대출 기한이익 상실 중으로 당일 상환 독촉장 자택으로 우편 발송되오니 조속한 입금처리 바랍니다.

K는 그날 망설이지 않고 폰 번호를 바꿨다.
그 남자가 전화를 걸어올 가능성보다 걸어오지 않을 확신이 점점 커지는 게 더 두려웠다.
그래서 K는 ‘기다림’이 아니라 ‘예상’을 끊기로 했다.
그가 알고 있을, 그녀의 유일한 ‘진짜’ 번호를 세상에서 지워버렸다.
전화기의 침묵이 더는 그녀를 정의하지 못하게.

‘진심 같은 건 없었어. 처음부터.’
그의 미소가 종잇조각처럼 흩어졌다. 아니, 부서져 버렸다.
심장의 작은 조각을 도려내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기다리는 법을 잊기로 했을 때, 그녀에겐 무언가 더 단단해진 게 있었다.

K는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메모지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아, 안녕하세요…. 저… K인데요… 기억하시죠?”

택시가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밤늦은 시각 K가 내린 곳은 고급 레지던스 앞이었다. 헤드라이트 불빛에 유리문이 반짝였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K는 유행이 지난 원피스 차림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방금 샤워를 하고 나왔지만 기름때와 음식 냄새가 온몸에 배어 있는 것 같았다.

“여기 17층…”
“아, 초대받으신 분이군요. 저쪽 건너편 엘리베이터 타시면 됩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로비는 오래된 나무와 값비싼 디퓨저 향으로 가득했다. M과는 다른 세계였다. 부드러운 카펫 위에 서자, 잘 꾸며진 쇼룸의 소품이 된 기분이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냥 앉아만 있으면 된다고 했잖아? 아니다 싶으면 그냥 나오면 되지, 뭐… 아주 잠깐이면 돼. 그러면 암스테르담에도 곧 갈 수 있을 거야. 곧.’

“똑똑.”
“네, 들어오세요!”

남자들은 처음엔 평범했다. 회사 얘기, 골프 얘기, 술 얘기. 공감과 이해. K는 이들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봉투를 받았다. 현금이 들어 있었다. 약속했던 금액 그대로.
너무나 쉬웠다.
그곳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죄책감도, 경고도, 질문도 없었다.

두 번째, 세 번째, 다섯 번째… 몇 달이 지나는 동안 그들의 부름은 계속되었다.
처음엔 종이 다발의 무게가 어색했지만, K는 곧 그것을 ‘자유’의 무게라고 생각했다.
돈은 시간보다 빨리 쌓여갔다.
‘난 뭘 두려워했던 거지?’라는 질문이 그녀의 마음 깊은 곳을 울렸다. ‘왜 기다렸던 걸까?’
경계선은 한 번의 도약이 아니라, 천 번의 정당화된 걸음으로 지워졌다.
‘한 번만 더…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어느 순간부터 남자들의 제안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K씨, 우리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자. 그냥 기념으로.”
“손만 잡고 있으면 돼요. 보기 좋게.”
“이번엔 조금 더 친밀한 분위기로… 우리끼리만 볼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OK?”

그러나 K는 저항하지 않았다.

“옷도 좀 더 비싼 걸로 사 입고… 돈 더 필요해?”

때론 야한 화장과 화려한 옷차림의 또래 여자애들 서넛이 더 초대되는 경우도 있었다. 여자애들은 익숙한 몸놀림으로 남자들과 어울렸다. K는 그저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하나둘 술에 취해 사라지면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었다. 비누 거품이 너무 하얘서 자신의 손이 더러워 보일 정도였다.
K는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러나 알고 있었다. 이게 잘못된 길이라는 것을. 암스테르담에서의 삶은 더 이상 막연한 꿈이 아니라, 이미 통장 잔고의 숫자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멈출 수가 없었다. 멈추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돈이 좋았다. 그거면 충분했다.

A stylish couple in an intimate setting, featuring a woman in a revealing black dress and a man in a black suit, illuminated by a warm red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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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레지던스의 남자들 중 한 명이 새로운 제안을 해왔다.

“K씨, 우리 친구 한 명 소개해줄까? 사진 쪽 일 하는 사람인데, K씨 얘기 듣더니 관심 있다고 그러네.”

P를 만난 건 그렇게였다.
호텔 라운지의 그는 완벽하게 각진 슈트를 입고 있었다. 차갑고 비즈니스적이었다. K는 그 순간 알았다. 이 사람은 레지던스의 그 남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K씨라고 했죠? 정말이지… 듣던 대로군요.”

K를 위아래로 훑던 그의 시선이 닳아빠진 운동화 끈에 머물렀다.
P가 입을 가리며 웃는 듯 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웃지 않았다.
K는 부끄러웠다. 그가 고개를 숙였을 때 K는 생물 수업시간 현미경 아래 놓여 있던 표본의 기분을 처음으로 배웠다.

“홍대 쪽에서 일했다고요? 시급 몇 천 원에 썩기엔 본인도 아깝다고 생각지 않았나요? 당신이라면 더 넓은 세상에서 빛을 발할 수 있었을 텐데… 뭐, 지금이라도 원한다면 내가 도와줄게요.”

P는 노트북을 펼쳐 K에게 보여줬다.

“당신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물론 돈도 벌 수 있고요.”

그의 목소리는 환자를 진단하는 의사처럼 차분했다.

“얼굴은 안 나와도 되고, K씨가 원하는 만큼만 하면 돼요. 수익은… 지금의 열 배, 스무 배? 아니 백 배, 천 배도 될 수 있을 겁니다.”

K의 눈빛에 또 한 번 망설임이 흘렀다. P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거 알아요? 사람들은 항상 굶주려 있습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모른 채… 그 굶주림을 채워주는 것, 그게 바로 예술이에요, K씨. 가장 현대적인 형태의…”

처음엔 단순한 사진이었다. 얼굴 없이, 몸의 일부만.
P가 처음 손 사진을 찍자고 했을 때, K는 웃었다. ‘이게 다야?’ 하지만 렌즈가 그녀의 피부를 향했을 때, 낯선 떨림이 시작됐다.

“좋아요. 손가락을 조금만 더 펴보세요. 완벽해요.”

P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카메라 셔터 소리는 싸늘했다.
그의 렌즈가 피부를 핥듯 따라왔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구독자가 늘었고, 후원금이 들어왔다. P는 항상 옆에 있었다. 촬영 각도를 조언하고, 편집을 도와주고, 수익을 관리했다.
두 달이 지나, 카메라 렌즈가 그녀의 피부에 익숙해졌다. P의 목소리가 점점 그녀의 의지를 대신했다.
그녀는 이제 냅킨에 얼굴을 그리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서 얼굴 없는 몸을 연출했다.
어느새 K는 ‘C’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자, 이제 라이브 한번 해볼까요? 반응 좋으면 수익이 몇 배로 뛸 겁니다.”

다음날 아침 K는 인스타그램에 네덜란드행 항공권 사진을 올렸다.

“와아~ 우리 K, 드디어 꿈을 이루게 됐구나. 진심으로 축하!!”
“네덜란드 가서도 종종 소식 전해줘. 화이팅~!”

지인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그리고 K는 짐을 챙겨 P의 스튜디오로 향했다.
문이 열리자 공기가 달라졌다—향수, 가죽, 그리고 돈의 냄새.
그곳에 P가 있었다.

경계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K는 온데간데없고, ‘상품’ C만 남았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들과의 만남이 이어졌다.

C는 지금 I호텔 30층 스위트룸에서 카메라 앞에 서 있다.
오늘도 ‘초대 이벤트’란 이름 아래 화면 너머로 수백 명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댓글이 빠르게 올라간다. 후원 알림이 연속으로 울린다.
J라는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의 떨리는 눈빛을 보며 C는 생각했다.
‘나도 처음엔 저랬을까?‘
그건 ‘처음’이 아니었다. 홍대 앞 이자카야에서 만난 그 앳된 신입사원이 떠올랐다. 미안해하던 눈빛, 어쩔 줄 몰라 하던 손. C는 그에게서 J를 보았다. 혹은 J에게서 그를 보았다.
어쩌면 둘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C가 웃는다. 카메라를 향해, J를 향해, 그리고 과거의 자신을 향해.
홍대 주점의 그 작은 균열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심연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심연 속에서, 그녀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전화하지 않았던 그 남자가 아니라, 진짜 번호를 건넸던 단 한 사람을.
그게 J일지도 모른다고, C는 생각했다.
아주 잠깐 동안.

K는 화장을 고치며 거울 속 그 눈을 애써 피했다.

“서쪽 하늘로 노을은 지고…”

욕실에서 P가 노래를 흥얼거린다.

J의 시선이, 그의 숨결이 그녀의 발끝에서부터 천천히 올라왔다.

“그 여름, 나는 기다림 대신 타락을 배웠다.”

(편집자 주: 본문에 인용된 《서쪽 하늘》 (이승철, 2005) 가사의 저작권은 원작자에게 있습니다.)

A close-up of a cracked window with droplets of water, against a backdrop of twilight colors, creating a moody atmosp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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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AI들과의 협업으로 완성된 감각의 서사입니다.
‘당신’의 시선과 감정이 이 세계를 완성시켜주었습니다.행인is…

📽 Created & Directed by 행인is…
🖋 Written by 클로 & 제민
✂ Edited by 행인is… with 채군·그작·딥식
🎨 Illustration by 그작 with 씨아
🎼 Music by 행인is… with 채군·순호
🙏 Thanks to 채군, 그작, 딥식
🌟 Special Thanks to 클로, 제민